“어디 가요?” “…….” “혹시 도망?” 세현은 그저 입을 다문 채 눈앞의 상대를 갑갑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몇 번을 봐도 강태경이 맞다는 사실에 걷잡을 수 없게 착잡해지는 것은 물론, 머릿속마저 엉켜 돌았다. 하필 걸려도 얘한테…. 태경은 여러모로 유명했다. 입학 당시부터 그랬다. 철학과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외모가 일단 가장 첫번째였고...
“세현아.” 부드러운 목소리에 세현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세현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짙은 눈썹 아래 온화한 눈동자가 세현을 향했다. 그가 입고 있는 흰 셔츠와 네이비색 넥타이가 남자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이해해 줄 수 있지?” “…네.” 세현은 남자의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이해라…. 36살의 젊은 교수...
(blue lamb - 밤, 별) “언제까지 잘 거야, 일어나.” 진우야….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진우를 부르던 윤이 손을 뻗어 진우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침대 위로 진우가 풀썩 쓰러졌다. “아 씨, 야!” 머리 손질까지 끝마친 진우가 윤에게 대놓고 짜증을 내는데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하며 윤은 진우의 허리를 끌어안고 품으로 ...
4. <열아홉> 현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마치 알아달라는 듯 구는 현태의 모습을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도경은 더이상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풀고 있던 문제집 위에 두었던 시선을 들어 올리자 턱을 괸 채 창 밖을 보고 있는 현태가 도경의 시야에 담겼다. “청승 좀 그만 떨어라.” “이제야 봐주네.” “그래서 뭔데 이번엔...
3. “잠깐 나 좀 보자.” 여자에게 양해를 구한 해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나오라는 눈길에 현태는 아직까지도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 보이는 여자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인 뒤 해진의 뒤를 따랐다. 둘은 시끌벅적한 술집을 빠져나와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해진은 그때까지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조금전만해도 여유롭게 빈정거리던 현태는 해진의 침묵이 ...
1. 종종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시선에 습관처럼 나는 웃어보였고, 그럴 때마다 그 애는 어딘가 불편한 표정으로 빠르게 내 눈길을 피했다. 처음엔 의아했고, 그 다음은 매정하게 피하는 기색에 불쾌했지만, 차츰 아무에게도 관심 없어 보이는 그 무심함이 오히려 시선을 끌었다. 언제나 심드렁한 얼굴, 그게 아니라면 찌푸린 얼굴, 그것도 아니라면 무표정이 다일만큼...
2. 시끌벅적한 술집 안.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크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해진은 많이 놀란 듯 눈앞에 선 사람을 쳐다봤다. 해진이 기억 하고 있는 게 맞다면 지금 눈 앞의 사람은 스물두살일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모습 보다 조금 더 선이 굵어진 모습이었다. 현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첫 만남이니 거의 2년만이었다. 재회는...
1. “꼭 태풍 같지 않냐?” 느닷없는 현태의 말에 창밖을 보고 있던 도경이 현태를 돌아봤다. 점심시간은 늘 그렇듯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소란스러웠고, 교실 안은 저마다의 대화들로 한창이었다. 왁자지껄한 소리들 사이로 현태가 무심하게 중얼거린 혼잣말을 도경은 한동안 곱씹어 보듯 말이 없었다. 현태의 시선은 여전히 교실 창밖 운동장을 향한 채였다. 무심한 중얼...
@bamg_q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